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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지 거래, 지급기한 없는 계약서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

EI EDITORIAL 2026-10-21

러시아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은 계약서에 대금 지급기한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지급을 임의로 미룰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러시아 민법은 일정한 경우 채권자의 이행청구 후 7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현지 법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명확한 지급조건 설정은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장기적인 거래 신뢰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다.

유라시안 인사이트 | 2026년 10월 21일

러시아 현지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이 계약을 체결할 때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조항 가운데 하나가 대금 지급기한이다. 계약금액이나 공급조건, 품질과 납기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지급기한은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대금 지급시점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 법률은 이러한 상황에 적용되는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아 민법, 지급기한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청구 후 7일

러시아 민법 제314조 제2항은 채무의 이행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를 결정할 다른 조건도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이행청구가 있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채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러시아 현지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은 뒤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없고 다른 법적 예외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현지업체의 적법한 지급청구가 도달한 날부터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이 규정이 모든 거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민법 제486조는 일반 매매계약에서 별도 약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물품 인도 직전 또는 직후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도급계약에도 완성된 작업 결과의 인도와 관련된 별도의 지급 규정이 있다.

따라서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없을 때는 거래 유형과 관련 법률, 계약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급기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금 지급의무까지 불확실해지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익숙한 거래 관행보다 현지의 법적 기준이 중요

한국과 러시아는 거래 관행과 계약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익숙하게 활용하던 대금 정산이나 내부 결재 절차가 러시아 현지 거래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발주기업이 거래조건을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없다는 점을 자금 운용상의 여유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대금 지급시점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러시아 현지업체 역시 계약에 따라 물품을 공급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법률과 계약에서 정한 시점에 대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급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면 상대방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결제 문제를 넘어 거래관계 전반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급 지연의 원인이 내부 결재나 행정절차에 있더라도 현지 거래 상대방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 기업으로서는 국내에서 익숙한 업무처리 방식에만 의존하기보다 러시아의 법적 기준과 현지업체의 입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급 지연은 이자 부담과 계약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러시아에서 대금 지급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 민법 제395조는 금전채무의 이행지체 등에 대해 이자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별도의 법률이나 계약상 정함이 없다면 해당 기간의 러시아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이자 산정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없더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지급의무가 발생하고, 정해진 시점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급청구서를 발행한 날짜와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청구가 도달한 날짜는 구분해야 한다. 계약에서 정한 문서 제출 방식이나 통지 절차에 따라 법적 효력의 발생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업체가 청구서를 제출했더라도 한국 본사의 결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적 지급기한이 자동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계약 체결 단계부터 지급조건을 명확히 합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명확한 지급조건이 안정적인 거래관계의 출발점

러시아 현지 계약에서는 대금 지급기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물품 인도 후 15일 이내, 검수 완료 후 30일 이내 등으로 지급시점을 정하고, 지급기간의 기산점과 청구서 제출 절차를 함께 규정할 수 있다.

아울러 검수에 필요한 기간, 서류 보완이나 이의제기 절차, 지급 지연 시 책임도 사전에 합의하면 불필요한 해석상 차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한국 본사의 승인이나 여러 단계의 내부 결재가 필요한 기업이라면 그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현지 거래 상대방과 합리적인 지급조건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의 사업은 단순히 좋은 계약조건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약에서 약속한 사항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협력관계의 중요한 기반이다.

현지 협력업체와의 신뢰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원활한 사업 운영으로 연결되며, 때로는 개별 계약의 경제적 조건만큼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러시아 민법의 7일 규정은 이러한 점에서 한국 기업이 알아둘 만한 중요한 실무 기준이다. 다만 이 규정의 취지는 모든 거래에 동일한 지급기한을 강제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공백이 발생했을 때 법률이 일정한 이행기준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결국 러시아 현지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지급기한이 없다는 사실을 대금 지급의 유연성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거래조건을 주도하는 입장일수록 계약의 공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해하는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현지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급조건을 명확히 합의하며, 약속한 기한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 이러한 기본적인 계약 원칙이 러시아에서 불필요한 법적 위험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출처 러시아연방 민법 제1부, 「Гражданский кодекс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часть первая)」, 30.11.1994, 제165.1·314·395조, 2026년 현행 조문. 법령 원문 러시아연방 민법 제2부, 「Гражданский кодекс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часть вторая)」, 26.01.1996, 제486·711·781조, 2026년 현행 조문. 법령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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