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최근 독일 메트로, 프랑스 오샹, 스위스 네슬레 등 유럽계 기업의 러시아 사업을 잇달아 임시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자산 동결과 경제제재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외국 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고 현지 사업의 통제권을 러시아 측으로 이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한국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자산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의 경제적 대립 속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안전성과 향후 한·러 경제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9월 한 달 사이 유럽 기업에 집중된 임시관리 조치

러시아 정부가 유럽계 기업의 현지 자산을 잇달아 임시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6년 9월 17일 대통령령 제661호에 서명하고 프랑스 유통기업 오샹(Auchan),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 프랑스계 물류기업 에프엠 로지스틱(FM Logistic), 건축자재 유통기업 레마나 프로(Lemana Pro) 등의 러시아 사업 관련 지분을 임시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16개 러시아 법인의 외국인 보유 지분에 적용됐다. 임시관리자로 지정된 곳은 2024년 10월 설립된 러시아 기업 '엘이브이 매니지먼트(Л.Е.В. Менеджмент)'다.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설립자본금은 1만5,000루블에 불과하며, 기업 소유구조와 주요 인물에 관해 공개된 정보도 제한적이다.

이어 9월 28일에는 독일의 대형 유통기업 메트로(Metro)가 대상에 올랐다. 대통령령 제689호에 따라 메트로 캐시앤캐리 등 러시아 사업 관련 법인들의 지분이 새로 설립된 러시아 기업 '우케이 토르그 루스(УК Торг РУС)'의 임시관리로 넘어갔다.

두 조치 사이의 간격은 불과 11일이었다.

메트로 사례는 앞선 조치와 약간 다르다. 임시관리자로 지정된 회사가 메트로 러시아 법인의 기존 최고경영자인 요하네스 톨라이가 이끄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본사인 메트로 그룹은 러시아 사업의 소유권은 형식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운영 통제권은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임시관리라는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실제 관리 방식과 기존 경영진의 참여 정도는 기업마다 다르다.

이번 조치는 2023년부터 시행된 외국 자산 임시관리 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전력·에너지 분야가 핵심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식품·유통·물류 등 일반 소비시장과 공급망을 담당하는 기업까지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변화가 뚜렷하다.

임시관리인가, 사실상의 국유화인가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러시아의 임시관리 제도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적 근거는 2023년 4월 25일 제정된 대통령령 제302호 '일부 재산의 임시관리에 관한 대통령령'이다.

이 대통령령은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기업의 해외 자산에 대한 소유권 박탈이나 제한 또는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러시아의 국가안보·경제안보 등이 위협받는 경우 비우호국 관련 외국인 및 기업의 러시아 자산을 임시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상에는 부동산과 동산뿐 아니라 러시아 법인의 주식과 지분, 각종 재산권까지 포함된다.

중요한 부분은 임시관리자가 소유권자의 권한을 상당 부분 행사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재산 자체를 처분할 권한은 부여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시관리의 종료 역시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다.

따라서 임시관리 조치를 법적으로 곧바로 국유화나 소유권 몰수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국인 주주가 법적인 소유권을 유지하더라도 이사회와 경영진을 통제하지 못하고, 사업 운영이나 투자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 경제적 소유권의 핵심인 경영 통제권을 잃게 된다.

실제로 지난 9월 23일 네슬레 러시아 법인의 공식적인 업무 집행 권한이 엘이브이 매니지먼트로 이전됐으며, 오샹과 레마나 프로, 에프엠 로지스틱에서도 경영진 교체가 진행됐다. 다만 사업장 운영 자체는 계속되고 있다.

즉 외국 기업의 주식은 그대로 남아 있어도 그 주식이 보장하던 실질적인 지배력은 사라질 수 있다.

2023년 전력회사에서 시작해 식품·유통·물류로 확대

러시아의 외국 기업 임시관리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년여 동안 발생한 사례를 살펴보면 제도의 작동 방식과 가능한 결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3년 4월

- 독일 유니퍼·핀란드 포르툼

러시아 정부는 독일 유니퍼가 보유한 유니프로 지분 83.73%와 핀란드 포르툼의 러시아 전력사업 관련 지분을 임시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전력 공급이라는 전략산업에서 외국 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한 최초의 대표 사례다.



2023년 7월

- 프랑스 다논·덴마크 칼스버그

프랑스 식품기업 다논과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의 러시아 사업이 임시관리로 넘어갔다. 다논의 사업은 2024년 러시아 투자자에게 매각됐으며, 칼스버그의 발티카 맥주사업도 이후 현지 투자자에게 매각됐다. 임시관리가 소유권 이전을 수반하는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24년 4월

- 이탈리아 아리스톤·독일 보쉬

아리스톤과 보쉬 계열 가전업체 BSH의 러시아 법인이 가스프롬 계열사의 임시관리로 넘어갔다. 그러나 아리스톤은 2025년 3월 임시관리 조치가 해제돼 경영권을 되찾았다. 반면 보쉬의 러시아 가전사업은 2026년에도 가스프롬 측 관리가 유지됐다.

2026년 9월 17일 - 오샹·네슬레·레마나 프로·에프엠 로지스틱

식품 제조, 대형마트, 건축자재 유통, 물류 등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사업으로 임시관리 대상이 확대됐다. 기존 모기업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별도 러시아 관리회사가 운영 권한을 넘겨받았다.



2026년 9월 28일 - 독일 메트로

메트로의 러시아 주요 법인들이 임시관리로 넘어갔다. 관리회사의 대표가 기존 현지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경영 연속성은 상대적으로 유지될 여지가 있지만, 독일 본사의 운영 통제권은 제한됐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결과는 한 가지로 수렴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경영권을 되찾았고, 어떤 기업은 현지에 사업을 매각했으며, 일부는 여전히 임시관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 경제지 RBC가 2026년 9월 29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월 이후 28개 외국 기업 또는 기업집단의 러시아 자산이 임시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7건은 임시관리 체제가 종료됐지만, 기존 소유자가 경영권을 되찾은 경우는 1건이었다. 나머지는 현지 투자자에게 이전되거나 국가 귀속으로 이어졌다.

이는 기업집단 단위의 집계로서, 개별 러시아 법인 수와는 구분해야 한다.

러시아의 보복 조치라는 해석은 어디까지 타당한가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를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 자산에 대한 권리 제한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1일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행사에서 러시아가 외국 기업의 재산을 빼앗거나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이 러시아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임시관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유리하게 변하면 유럽 기업이 자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앞서 9월 29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외국 기업의 소유권을 변경하려는 조치가 아니라며 임시관리가 철회 가능한 절차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우호국의 대러 군사적 관여 확대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이러한 조치를 정당화하는 배경에는 실제로 유럽에서 진행된 러시아 자산에 대한 관리권 제한과 금융자산 동결이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과 주요 기업, 정부 관계자에 대한 제재를 확대했다. 독일에서는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 관련 에너지 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 조치도 시행됐다. 이러한 사례가 2023년 러시아의 임시관리 제도 도입과 직접적인 배경 관계에 있다는 설명은 당시부터 제기됐다.

현재 유럽연합 내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약 2,100억 유로 규모다. 유럽연합은 해당 자산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별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가자산과 러시아에 진출한 유럽 민간기업의 생산시설·사업 지분은 자산의 법적 성격과 소유자가 서로 다르다. 동결과 소유권의 영구적 박탈 역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러시아 측의 정치적 설명이 보복 조치라는 점을 뒷받침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개별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권 제한의 국제법적 정당성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유럽 기업 자산 통제 조치를 국제법 위반으로 비판해 왔다.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 기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를 단순한 개별 기업 제재보다 폭넓은 경제적 대응 수단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산업기업가연맹 회장 알렉산드르 쇼힌은 9월 23일 유럽연합이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임시관리 조치가 일종의 선제적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이번 조치는 세 가지 성격이 중첩돼 있다. 서방의 대러 자산 제재에 대한 맞대응, 러시아 국내 산업과 사업 운영의 통제권 확보, 그리고 향후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지렛대의 형성이다.

다만 이것이 특정 기업을 선정한 모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당국이 공개한 결정문에는 개별 기업별 위반행위나 선정 기준이 상세히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해당 기업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제재받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비우호국…한국 기업도 임시관리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한국 기업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러시아 정부가 이번 조치를 유럽 기업에만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 기업에도 확대할 수 있는지다.

법적으로는 한국 기업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3월 5일 정부명령 제430-r호를 통해 비우호국 명단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은 미국, 유럽연합 회원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과 함께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2026년 10월 현재도 한국의 비우호국 지정은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령 제302호 역시 유럽 기업만을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비우호국의 법인이나 국민뿐 아니라 이들이 지배하는 러시아 현지 법인의 자산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러시아 법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임시관리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3국을 경유한 투자구조를 이용하더라도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따라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법률상 적용 가능성과 실제 지정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9월 조치에서 확인된 주요 대상은 유럽계 기업이며, 한국 기업이 이번 대통령령에 포함됐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러시아가 비우호국의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임시관리를 적용한 것도 아니다.

이는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어떤 기업을 선택하고 어떤 기업은 유지하도록 하는지에 관해 일관되고 공개적인 선정 기준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불확실성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유럽 국가들의 대러 제재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군사적 관여 수준과 연결돼 있다는 러시아 측 설명은 한국의 위험을 평가할 때 참고할 부분이다.

한국 역시 대러 제재와 수출통제에 참여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의 자산 동결 규모나 군사·경제적 대립 구조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살상무기 직접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유럽 기업과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예측할 근거는 부족하다. 반대로 한국이 유럽과 다른 외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자산이 보호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오리온은 투자를 확대하고, 현대차는 공장을 포기했다…한국 기업의 서로 다른 선택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조치가 왜 중요한지 더욱 분명해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오리온이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2025년 매출 3,394억 원, 영업이익 46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7.2%, 26.0% 증가한 실적이다.

러시아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리온은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트베리 지역의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현지 생산과 판매가 확대되는 기업은 러시아 경제에 기여하는 동시에 러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 노출도도 높아진다.

물론 오리온이 임시관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사업이 성공할수록 현지 공장과 유통망, 브랜드 사용권, 이익금 송금 등에 관한 법적·정치적 위험 관리가 중요해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롯데웰푸드와 케이티앤지(KT&G) 등 러시아에 생산기반을 보유한 한국 기업도 자산의 규모와 운영 구조에 따라 유사한 위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현대차는 202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에 상징적인 가격으로 매각하면서 일정 기간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재매입 선택권의 행사 기한이 만료됐고, 현대차는 2월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즉 현대차의 사례는 러시아 정부의 임시관리로 공장을 빼앗긴 사례가 아니라, 전쟁과 제재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 속에 현지 자산을 매각한 사례다. 두 상황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새로운 법률적 변수도 등장했다.

러시아는 2026년 8월 4일 연방법 제319-FZ호를 제정해 외국 투자자가 과거 매각한 러시아 자산을 재매입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일정한 요건 아래 법원 판결로 종료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제도는 2022년 2월 22일 이후 이뤄진 매각 거래와 외국 투자자의 행동, 재매입 가격 및 현지 인수자의 추가 투자 등 법정 요건을 함께 고려한다. 따라서 모든 재매입 약정이 자동으로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재매입 선택권은 이미 만료됐으므로 이 법률이 현대차의 권리를 새롭게 소멸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러시아에서 매각 후 재진출을 계획하는 다른 외국 기업에는 중요한 제도 변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생산·판매 축소 이후 현지 자산을 유지해 온 기업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2025년 LG전자는 러시아 공장의 장기 유휴설비를 유지·보호하기 위한 제한적인 생산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러시아 사업의 전면적인 정상화와는 구별되는 조치였다.

실제로 현지 공장을 소유하면서 생산을 중단한 경우와, 공장을 가동하고 인력을 고용하면서 러시아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경우는 정부와의 관계와 위험 구조가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을 단순히 '러시아에 남아 있는 기업'과 '철수한 기업'으로 나누기보다, 실제 사업 운영과 자산 소유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한국 기업이 확인해야 할 위험은 임시관리만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직접 임시관리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도 여러 법적·금융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자산 매각과 투자금 회수 문제가 중요하다.

러시아는 2024년 10월 비우호국 투자자의 러시아 자산 매각 승인에 적용되는 기준을 강화했다. 당시 정부 산하 위원회가 제시한 원칙적인 심사 조건은 독립 평가액 대비 최소 60%의 매각가격 할인과 시장가치의 최소 35%에 해당하는 연방예산 기여금이었다. 시장가치가 500억 루블을 넘는 자산의 매각에는 대통령 승인도 요구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해당 유형의 거래에 대한 승인 심사 기준이며, 모든 기업의 모든 거래에 자동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금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투자자가 사업을 정리하고 싶어도 원래 기대했던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금융 제재와 결제망 제한이 겹치면 현지 법인이 이익을 내더라도 그 자금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위험 관리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자산 및 소유구조 위험

한국 본사와 러시아 현지 법인, 제3국 지주회사 사이의 실질적인 지배관계와 임시관리 적용 가능성

○ 자금 회수와 금융 규제

배당금·로열티 송금, 제재 대상 은행과의 거래, 환전·결제 제약, 매각대금 회수 가능성

○ 계약과 분쟁 해결

재매입 선택권, 현지 경영진의 권한, 투자협정상 보호 가능성, 분쟁 발생 시 판정 집행 가능성

○ 생산 및 운영 연속성

수입 부품과 설비 유지, 현지 고용, 필수 공급망 역할, 러시아 정부의 산업정책과 사업의 연계 정도

○ 외교·제재 환경 변화

한국과 러시아의 양자관계, 러시아·북한 군사협력, 한국·미국·유럽연합의 수출통제 및 금융제재 변화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현지 법인의 경영권 문제와 한국 본사의 금융·법률상 권리를 별개로 관리하는 것이다.

러시아 법률에 따라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더라도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의 제재 규정에 따라 특정 거래가 금지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법령상 허용되는 거래가 러시아에서 승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지 법인의 사업 유지가 곧 한국 본사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러 외교, 제재 이행과 기업 자산 보호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

이번 사태가 한·러 관계에 던지는 문제는 보다 복합적이다.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단순한 양자 경제관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대러 제재, 러시아·북한 군사협력, 한반도 안보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양국의 군사협력은 한국 안보정책에서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와 병력 지원 문제 역시 국제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이 단순히 기업 자산 보호를 이유로 대러 제재를 일방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은 기존 외교·안보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와의 경제·외교적 소통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반드시 현지 한국 기업의 권익 보호에 유리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아리스톤 사례는 외교 채널을 통한 협상이 임시관리 해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24년 4월 아리스톤의 러시아 법인이 가스프롬 계열사 관리로 넘어간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강하게 항의했고, 양국 사이에 관련 협의가 진행됐다.

러시아 정부는 2025년 3월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RBC는 이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이탈리아 외교당국의 집중적인 협의가 경영권 반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외교적 협의가 유일한 결정 요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외교적 소통이 기업의 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만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러 정책을 검토할 때는 안보·제재 정책과 민간기업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구분하면서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제법과 한국의 수출통제 의무는 유지하되, 합법적인 민간 경제활동과 현지 투자자산의 보호, 기업의 질서 있는 사업 정리 등을 협의할 수 있는 양자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접근이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지지나 제재 회피와는 별개의 문제다.

향후 관건은 유럽과 러시아의 자산 협상, 그리고 임시관리의 장기화 여부

이번 임시관리 조치의 향후 전개를 판단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

첫째는 유럽연합이 동결 중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활용 범위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다.

현재 유럽연합은 동결 자산 자체의 소유권과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특별 수익을 구분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향후 원금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될 경우 러시아가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가 반드시 뒤따른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둘째는 러시아가 임시관리 제도를 실제 자산 매각이나 소유권 이전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다.

다논과 칼스버그의 사례는 임시관리 이후 현지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리스톤 사례처럼 경영권이 반환된 경우도 있다.

셋째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 변화다.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산 반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임시관리 조치가 경제적 대응 수단이면서 향후 협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반환 조건과 시기, 대상 기업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자체의 투자환경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 유통망을 활용해 온 러시아 경제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정부는 경제안보와 산업의 통제권을 중시하고 있다. 두 목표가 충돌할 경우 어떤 정책을 우선할 것인지가 외국 기업의 투자 전망을 좌우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역시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조치가 곧바로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이미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돼 있으며 관련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러시아 시장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라는 단순한 선택에 있지 않다. 이미 보유한 현지 자산을 어떤 법률적 구조로 보호하고,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회수하며, 불리한 외교환경 변화에도 경영권과 투자자산을 어느 범위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문제다.

러시아의 임시관리 제도는 법적으로는 임시적이지만 실제 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럽 기업 사례는 한국 기업에도 러시아 투자환경의 변화와 국가 위험을 재평가해야 할 중요한 선례가 되고 있다.

출처

베도모스티, «Ашан», Nestlé, FM Logistic и «Лемана про» переданы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17.09.2026;

베도모스티, Путин передал активы Меtro в РФ под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28.09.2026;

인테르팍스, Путин передал активы Metro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АО «УК Торг РУС», 28.09.2026;

RBC, Metro AG ответила на передачу российских активов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28.09.2026;

코메르산트, В Nestle, FM Logistic, «Ашане» и «Лемана Про» прошла смена гендиректоров, 23.09.2026;

코메르산트, «Л.Е.В. Менеджмент» стал управляющей организацией актива Nestle в России, 23.09.2026;

RBC, В Nestle сообщили о штатной работе после передачи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21.09.2026;

RBC, Кремль объяснил ввод временного управления в ряде иностранных компаний, 29.09.2026;

인테르팍스, В Кремле заявили, что решения по активам иностранных компаний не нацелены на смену владельца, 29.09.2026;

인테르팍스,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дает опцию зеркального ответа на грабеж наших компаний, в хорошем сценарии европейцы получат активы обратно - Путин, 01.10.2026.

베도모스티, «Балтика» и российская «дочка» Danone переходят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государства, 16.07.2023;

코메르산트, Какие активы передавались под управление государства с 2022 года, 15.10.2024;

인테르팍스, Российские «дочки» Ariston и Bosch переданы в управление структуре «Газпрома», 26.04.2024;

RBC, Путин отменил передачу «дочки» Ariston в управление структуре «Газпрома», 26.03.2025;

RBC, FT узнала о роли неизвестного итальянца в возврате бизнеса Ariston, 17.04.2025;

RBC, «Газпром» возобновил выпуск бытовой техники на экс-заводе Bosch под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ом в России, 16.03.2026;

RBC, Глава РСПП Александр Шохин предложил ввести критерии для передачи западных активов во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23.09.2026.

러시아 대통령령 제302호, «О временном управлении некоторым имуществом», 25.04.2023;

러시아 대통령령 제661호, «О внесении изменений в перечень движимого и недвижимого имущества, ценных бумаг, долей в уставных (складочных) капиталах российских юридических лиц и имущественных прав, в отношении которых вводится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17.09.2026;

러시아 대통령령 제689호, «О внесении изменений в перечень движимого и недвижимого имущества, ценных бумаг, долей в уставных (складочных) капиталах российских юридических лиц и имущественных прав, в отношении которых вводится временное управление», 28.09.2026;

러시아 정부명령 제430-r호, «Об утверждении перечня иностранных государств и территорий, совершающих в отношении РФ, российских юридических лиц и физических лиц недружественные действия», 05.03.2022;

러시아 연방법 제319-FZ호, «О внесении изменений в статью 5 Федерального закона «О международных компаниях и международных фондах» и отдельные законодательные акты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04.08.2026;

러시아 정부 외국인투자관리위원회, «Выписка из протокола заседания подкомиссии Правительственной комиссии по контролю за осуществлением иностранных инвестиций в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15.10.2024.

유럽연합 대외관계청, EU receives €1.4 billion in revenue from immobilised Russian assets to be used for supporting Ukraine, 06.08.2026;

유럽의회 조사처, Financing Ukraine in 2026 and 2027: Reparations loan, revision of long-term EU budget or alternative solution?, 12.2025;

에스앤피글로벌, Russia takes temporary control of Uniper, Fortum power assets, 26.04.2023;

유니퍼, Russia places Unipro under state administration, 26.04.2023;

연합뉴스, Seoul cautious about Ukraine's defense request amid claims more N. Korean troops being sent to Russia, 10.08.2026;

미국 의회조사국, Russia-North Korea Relations, 18.09.2026;

더벨, 오리온, 트베리 2공장 신설 개시…내년 9월 완공 목표, 23.03.2026;

이데일리, 오리온 '러시아·인도' 성장에 웃었다…작년 영업익 2.7%↑, 05.02.2026;

더벨, [롯데웰푸드 해외사업 점검] 글로벌 비중 30% 돌파, 메가브랜드로 판 키운다, 13.07.2026;

케이티앤지, 분기보고서, 15.05.2026;

모스크바타임스, South Korean Companies Move to Restart Operations in Russia, Korea Times, 28.03.2025;

로이터, Hyundai Motor did not exercise option to buy back Russian auto factory, 02.02.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