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SCO)가 두샨베 회의에서 운송·투자 협력 확대에 합의했지만 공동 금융·결제망 구축은 여전히 더디다. 브릭스 역시 국가별 결제시스템 연계를 논의하는 단계인 반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은 제도적 통합을 바탕으로 자국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세 경제협력체의 차이는 무역 증가가 금융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보여준다.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역내 운송과 투자를 연결할 새로운 협력 문서를 채택했지만, 상품 교역을 뒷받침할 공동 금융·결제망은 여전히 구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운송로뿐 아니라 국경을 넘는 대금의 안정적인 회수와 통관·보험·금융의 연계라는 점이 두샨베 회의에서 다시 확인됐다.
10월 20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열린 SCO 정부수반회의는 2026~2030년 다자 경제협력 실행계획, 국제 복합운송 디지털 플랫폼 구축 구상, 산업 투자사업 데이터베이스 운영 규정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문서들은 사업과 물류 정보를 연결하는 틀로, 회원국 간 자금을 직접 청산하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교역은 성장, 금융은 협의 단계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에 따르면 2025년 러시아와 SCO 회원국의 교역액은 30조 루블을 넘었고, 2026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2025년 러시아의 대SCO 교역대금 중 98%가 자국통화로 결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가 당사자인 거래의 결제통화 구성일 뿐, SCO 전체에 통일된 결제망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2005년 출범한 SCO 은행간협의체는 회원국 은행들의 공동 사업대출을 조율하지만, 자체 자본으로 대출하는 다자개발은행은 아니다. 2025년 톈진 정상회의에서 설립에 정치적으로 합의한 SCO 개발은행도 올해 9월까지 다섯 차례 설립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다. 출자 지분, 자금 조달, 대출 및 위험 분담 구조가 확정돼야 실질적인 투자금융으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 협력의 한계도 드러났다. 코히르 라술조다 타지키스탄 총리는 지난해 자국으로 유입된 SCO 회원국의 외국인직접투자가 3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교역량의 증가가 장기 프로젝트를 위한 자본 공급으로 자동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브릭스는 결제망 연계 논의, EAEU는 제도적 통합 진전
브릭스도 결제망 구축에서는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9월 뉴델리 정상선언은 국경 간 지급결제 구상에 대한 실무 검토와 기존 결제·금융메시지망의 상호 연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브릭스페이(BRICS Pay)는 비즈니스협의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지만, 모든 회원국 은행에 적용되는 공동 청산·결제망과는 구별된다.
반면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은 실제로 프로젝트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2025년 말 기준 139개 사업에 총 429억 달러 규모의 금융을 승인했다. 다만 개발은행의 투자금융 기능과 국가 간 무역대금의 결제 기능은 별개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은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의 관세동맹과 공동시장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2025년 역내 교역액은 951억 달러, 자국통화 결제 비중은 92.9%로 제시됐다. 통관 규칙과 전자정보 교환의 제도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 SCO·브릭스와 다르다.
그렇다고 EAEU가 단일통화나 일원화된 초국가 결제망을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원국 은행과 국가별 지급결제시스템의 연결이 기본이며, 공동 금융시장 규제의 조화도 진행 중이다.
세 기구의 격차는 회원국의 경제 규모보다 통합 방식에서 발생한다. SCO는 안보·경제 협력체로 공동 관세영역을 갖추지 않았고, 브릭스도 금융규제와 외환제도가 서로 다른 국가들의 협의체다. EAEU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경제통합 규칙을 갖지만 금융감독과 은행의 위험 심사는 여전히 국가별로 나뉜다.
결제통화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의 완결성
금융통합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은 복합적이다. 우선 제재와 자금세탁방지 심사로 중개은행이 거래를 거절하거나 지연할 수 있다. 자국통화 결제가 늘어나더라도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특정 통화가 쌓이면 이를 재투자하거나 다른 통화로 전환할 유동성이 부족해진다.
또한 금융메시지를 주고받는 기술망과 실제 자금을 이전하는 청산·결제, 환전 및 무역금융은 서로 다른 기능이다. 중국의 CIPS와 러시아의 SPFS 등 기존 국가별 금융 인프라가 활용되더라도 이것만으로 SCO나 브릭스 전체의 공통 결제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통관서류의 상호 인정과 물류정보 공유가 미흡한 문제도 남아 있다. 상품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거나 통관을 완료하지 못하면 대금 지급 조건을 충족하는 데도 차질이 생긴다. 운송과 금융을 따로 개선해서는 기업의 거래비용을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SCO의 향후 과제는 또 하나의 결제 브랜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요 교역로의 전자 통관·운송서류를 연계하고, 은행 간 환전·청산 관계와 수출신용보증을 확충하며, 개발은행 설립 논의를 실제 투자 프로젝트에 연결해야 한다.
한국 기업 역시 유라시아 거래를 검토할 때 경제협력체의 회원국 여부보다 거래은행의 송금 가능성, 최종 수취통화, 제재·통관 심사, 미수금 회수 조건을 개별 계약 단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유라시아 금융통합의 진전은 자국통화 결제 비율 자체보다 기업이 국경을 넘어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금을 회수하고, 장기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출처 코메르산트, Торговля опережает финансы, 20.10.2026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Meeting of the Council of Heads of Government of the SCO Member States Held in Dushanbe, 20.10.2026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On the Fifth Round of Consultations on the Establishment of the SCO Development Bank, 17.09.2026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Non-Governmental Mechanisms, 23.03.2026 타스통신, About 98% of Russia’s trade with SCO worth $400 bln conducted in national currencies, 17.09.2026 인도 총리실, BRICS New Delhi Declaration: 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 12.09.2026 브릭스페이 공식 홈페이지, About the BRICS Pay payment system 신개발은행, Projects, 발행일 미표기, 2025년 말 누적 승인 실적 러시아 산업기업가연맹, ОНЭР как дорожная карта для бизнеса, 03.04.2026 인터팍스통신, EAEU rules on common financial market to apply only to companies operating in multiple union countries - EEC board chairman, 22.12.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