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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극항로 원유 수송 두 배 급증…

중국 선점 속 한국의 기회는

EI EDITORIAL 2026-10-22

러시아 북극항로의 올해 원유 수송량이 최대 3,00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중동·흑해의 항해 위험과 운임 상승이 북극항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전체 물동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중국의 상용화 선점과 한국의 첫 컨테이너 왕복 운항을 계기로 조선·해운·항만산업의 새로운 경쟁과 협력 가능성이 주목된다.

러시아 북극해를 따라 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NSR)가 글로벌 해상 물류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10월 20일 올해 북극항로를 통한 러시아산 원유 운송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과 흑해의 지정학적 위험, 국제 유조선 운임 상승이 상대적으로 짧은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9월 러시아 타이미르반도 부흐타 세베르 원유터미널에서 첫 원유를 선적한 내빙 유조선 발렌틴 피쿨호
2026년 9월 러시아 타이미르반도 부흐타 세베르 원유터미널에서 첫 원유를 선적한 내빙 유조선 발렌틴 피쿨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로 운송된 러시아산 원유는 약 2,000만 배럴(275만 톤)이다. 지난해 전체 항해 시즌의 1,300만 배럴을 이미 약 50% 웃돌았다. 시즌 종료까지 추가로 500만~1,000만 배럴이 운송된다면 연간 수송량은 2,500만~3,000만 배럴(344만~412만 톤)에 도달한다. 지난해의 1.9~2.3배에 해당한다.

북극항로 러시아산 원유 수송량 단위: 백만 배럴 · 2026년은 실적과 전망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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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유 수송량 증가와 북극항로 전체의 상업화를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극항로 전체 물동량은 2025년 약 3,700만 톤이었으며, 올해 1~9월에는 3,170만 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노르웨이 고위도물류센터(CHNL)가 집계한 올해 9월 말까지의 북극항로 통과 운항은 104항차, 실제 통과화물은 약 370만 톤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직접 연결한 국제 운항은 극히 일부다. 북극항로의 성장은 아직 러시아산 원유·LNG·석탄과 중국행 화물이 주도하고 있다.

짧은 항로가 반드시 저렴한 항로는 아니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경우 수에즈운하 경유보다 운항 시간을 10~17일가량 줄일 수 있는 항차가 있다. 선박 임차 기간과 연료 소비를 줄이고, 위험지역을 지나는 데 따른 보험료와 지연 가능성도 일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경제성은 연료비 절감액에서 쇄빙선 지원비, 내빙선 추가 건조비, 극지 보험료, 선속 저하와 운항 지연 비용을 차감해야 판단할 수 있다. 올해 7~8월에는 빌키츠키 해협의 해빙 때문에 일부 유조선이 세베르나야젬랴 제도를 우회하면서 약 1,000㎞를 추가 항해하고 1~2주를 잃은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지연은 거리 단축의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2026년 한국항해항만학회지에 발표된 통합비용 분석에서도 북극항로는 12개 분석 시나리오 모두에서 수에즈항로보다 컨테이너당 운송비가 높게 나타났다. 일부 조건에서는 약 1.5배에 달했다. 다만 이는 특정 선박·연료·빙해 조건을 적용한 모형 결과로, 올해처럼 남부 항로의 운임과 위험비용이 급등한 시장 상황을 일률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결국 북극항로의 경제성은 화물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시설이 북극 연안에 있고 중국에 안정적인 구매자가 있는 원유·LNG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연중 정기 운항과 높은 적재율이 필요한 컨테이너 운송은 아직 구조적 제약이 크다. 특히 흑해 위험을 피한다는 효과도 출발항에 따라 달라진다. 발트해·무르만스크 출발 화물과 흑해 출발 화물을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정기 운항, 한국은 상업성 검증 단계

동아시아에서 북극항로 상용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씨레전드쉬핑(Sea Legend Shipping)은 지난해 중국과 영국을 연결하는 시험 운항에 이어 올해 8월 계절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러시아 로사톰은 중국 선박 7척에 운항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주간 운항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즌 운항 횟수는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뉴뉴쉬핑(NewNew Shipping)도 러시아 로사톰과 북극항로용 Arc7급 내빙 컨테이너선 5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 선박의 적재 능력은 4,800TEU 이상이다. 다만 올해 9월 기준으로 해당 선박은 설계·개발 단계이며 건조 착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은 단순 시험 운항에서 전용 선박과 정기 물류망 구축으로 전략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올해 실증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8월 22일 부산을 출발해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방문한 뒤 10월 11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총 50일의 왕복 항해였으며, 부산에서 펠릭스토우까지는 약 20일이 걸렸다.

2026년 10월 13일 부산항에 귀환한 팬스타 아크로호
2026년 10월 13일 부산항에 귀환한 팬스타 아크로호

그러나 적재율은 해결 과제로 남았다. 2,758TEU급 팬스타 아크로호는 출항 당시 수출화물 737TEU를 확보하는 데 그쳤고, 귀항 때에는 수입화물 대신 공컨테이너를 주로 운송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실증 운항에서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해서 민간 선사의 정기 운항 수익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정기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처럼 새로운 북극항로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러시아 북극 LNG 프로젝트와 특수선 운항을 중심으로 이해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대러 제재 이후 관련 사업의 확대에는 제약이 생겼다. 동아시아의 북극항로 경쟁이 현재 중국의 물류망 구축, 한국의 운항 실증, 일본의 에너지·특수선 분야로 차별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러시아, 항로를 넘어 북극·극동 물류거점 구축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장기적인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연안 항만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신규 거점은 로스네프트의 보스토크오일 프로젝트와 연결된 부흐타 세베르(Bukhta Sever) 원유터미널이다. 올해 9월 첫 원유 선적이 이뤄졌으며, 총연장 790㎞의 송유관과 원유 저장·선적시설이 구축됐다. 로스네프트는 향후 수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내빙 유조선 부족이 생산 증가분의 실제 수송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동부 북극권에서는 야쿠티야 틱시항 인근 나이바(Naiba) 심수항 개발이 9월 착공 단계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중국 헤이룽장성 모허에서 러시아 내륙 교통망을 거쳐 북극해로 연결되는 모허~나이바 운송회랑도 추진하고 있다. 나이바항의 2035년 처리능력 목표는 연간 300만 톤 이상이다. 다만 항만 건설뿐 아니라 철도·내륙수로·에너지시설까지 연결돼야 실제 물류망이 완성된다.

중국의 직접적인 투자 참여 사례도 등장했다. 중국 투자자는 2025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와 추코트카 프로비데니야만에 50억 루블 규모의 물류단지를 건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내빙선에서 일반 컨테이너선으로 화물을 환적하는 시설을 조성해 극지 전용 선박의 운항 부담을 낮추는 구상이다. 다만 협약 체결과 실제 투자 집행·상업 가동은 구분해야 한다.

러시아는 페베크항 현대화와 함께 캄차카반도의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를 북극횡단운송회랑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북극 연안의 생산시설과 러시아 극동항만, 동아시아의 물류망을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캄차카와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극동항만은 법률상 북극항로의 중심 구간 밖에 있지만, 넓은 의미의 북극횡단 물류체계에서는 환적·보급·항만서비스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경쟁과 협력의 경계를 구분해야

북극항로를 둘러싼 한·중 경쟁은 단순히 어느 나라 선박이 먼저 항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교역 물량, 에너지 수요, 선사 운영, 항만 투자 등을 결합해 물류망을 선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부가 내빙선·LNG운반선 건조기술, 선박 운항관리, 부산항의 환적 기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이미 러시아 야말 LNG 사업을 통해 극지 운항 선박의 건조 경험을 축적했다. 최근에는 HD현대중공업이 스웨덴 쇄빙선 건조 계약을 수주하는 등 러시아 이외 시장에서도 북극 관련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신규 프로젝트 참여가 제한되더라도 북미·유럽의 쇄빙선 수요와 극지 선박 기술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극동항만과 부산항의 연결 역시 검토할 가치가 있다. 러시아 북극에서 운송한 자원과 일반 화물을 캄차카 등에서 환적하고, 부산에서 동아시아와 세계 각지로 재분배하는 물류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구상은 아직 구체적인 신규 한·러 항만 투자사업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충분한 화물 수요와 제재 준수, 항만 사용료, 환적 비용, 러시아 측 운영 조건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제재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3일 북극항로 관련 행사에서 국제 규범과 제재 원칙을 준수하면서 항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자원 개발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합법적인 국제 운송, 극지 선박·기자재, 부산항 물류체계와 운항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2030년 북극항로 연간 물동량을 약 7,000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생산 확대뿐 아니라 충분한 내빙선 확보, 항만 건설, 연중 쇄빙 지원, 안정적인 아시아 구매 수요가 함께 필요하다. 올해의 급격한 원유 운송 증가가 장기적인 성장의 출발점인지, 국제 운임 상승과 지정학적 위험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한국에 중요한 것은 중국과 북극항로 전체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항로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선박·항만·물류 서비스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북극항로가 수에즈운하를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러시아 자원 수송과 동아시아 물류를 연결하는 계절적 보완 항로로 성장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 시장의 크기를 결정할 변수는 항해 거리보다 안정적인 물동량, 총운송비, 그리고 정치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이다.

출처 코메르산트, В добрый Севморпуть, 20.10.2026 로이터통신, Russian oil exports by Arctic route jump amid world freight crisis, data shows, 19.10.2026 지캡틴, Northern Sea Route Transits Surpass 2025 Total as Arctic Shipping Gains Momentum, 19.10.2026 포트뉴스, IAA PortNews: NSR sees a 18-percent growth in seaborne traffic in Jan-Sept, 2026, 20.10.2026 한국항해항만학회지, 통합비용모형 기반 북극항로(NSR)의 경제성 분석에 관한 연구, 2026년 제50권 제2호 인테르팍스통신, Rosatom permits China's Sealegend Shipping to transit NSR as part of launching regular container route, 07.08.2026 지캡틴, China-Russia Arctic Shipping Push Accelerates With New Ice-Class Container Ships, 04.09.2026 대한민국 정책포털 코리아넷, Arctic shipping era starts with historic voyage of domestic vessel, 14.10.2026 아주프레스, Korea maps Artic shipping route but commercial viability in question, 12.10.2026 ICIS, S Korea completes Arctic shipping trial; short-term commercial viability unclear, 14.10.2026 해양수산부, Ministry of Oceans and Fisheries Announces Direction for Fostering the Southern Maritime Capital Region, 02.06.2026 로스네프트, Vostok Oil Project Commissioned: Vladimir Putin Launches First Oil Shipment, 06.09.2026 S&P글로벌, Russia launches major Vostok Oil project with first Arctic loading, 06.09.2026 인테르팍스통신, New Naiba deep-water cargo terminal in Yakutia will become key hub of TTC - Russian maritime board chairman, 15.09.2026 러시아 북극·극동개발 포털, Construction begins on the Naiba deep-water cargo terminal in Yakutia, 15.09.2026 러시아 북극·극동개발 포털, Logistics complex for Northern Sea Route vessels to be built in Chukotka, 05.09.2025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The city of Pevek will receive a new impetus for development: a master plan for an Arctic logistics center through 2035 has been approved, 19.03.2026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Ministry for the Development of the Russian Far East: Petropavlovsk-Kamchatsky will become one of the main ports of the Trans-Arctic Transport Corridor, 18.02.2026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 Corporate agency in the Arctic: South Korean shipyards and Russian oil and gas projects, 06.08.2026 라디오캐나다 인터내셔널, South Korean shipbuilder eyes Arctic opportunities, including Canada, as northern shipping grows, 08.10.2026 연합뉴스, Lee says Arctic sea route development to comply with int'l sanctions, 13.1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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